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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 불 땐, 시니강

by 오르몽 2020.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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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춥다.

이불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할 때 발이 시렵고 아침에 일어나면 반팔 소매 아래의 맨팔이 시리다.

이제 9월 중순인데 벌써 기모 바지를 꺼내 입었다. 아직 창 밖의 햇볕은 쨍쨍하고 하늘은 파랗다.

딱 이렇게 으실으실할 때 자취생은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다.

 

라면은 어떨까? 좀 질렸다. 그리고 한국가기 전에 다이욧 좀 해야지...

김치찌개는? 외국에서 자취생이 귀한 김치로 감히 찌개를 끓여...? 허허허..

부대찌개는? 소세지가 없어, 그리고 방금 라면 질렸다고 했잖아.

 

그래서 시니강을 먹기로 했다. 시니강?

시니강(Sinigang)은 필리핀 사람들의 소울푸드인데, 영어로 스튜(stew), 우리나라로 치면 찌개나 전골같은 요리다.

시니강이 따갈로그어로 '스튜', '찌개'란 뜻이기도 하다.

찬바람 불고 으슬으슬하면 따끈한 탕이나 전골을 찾는 우리처럼 필리핀 사람들은 시니강을 찾는다.

 

내가 시니강을 처음 맛본건 한 3년 전쯤인데 보기엔 색도 밍밍하고 이게 무슨 맛인가 싶었으나

한번 맛본 뒤로 최애 동남아 음식 리스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에 필리핀 사람 집에 놀러가서 먹게 되었다. 토마토와 시금치 양파 생강 그리고 큼지막한 연어머리로 만들어 주셨는데 똥얌꿍과는 약간 다르지만 기분좋게 시큼한 맛과 생강의 터치가 입맛을 돋구었다. (먹기 바빠서 찍어놓은 사진이 없네..)

 

일단 지인 뇌피셜에 따르면 시니강에 제일 중요한 건 타마린드다.

타마린드는 과일인데 땅콩 모양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동남아 음식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향신료 중 하나다.

이게 들어가지 않으면 시니강이 아니다. 아시아 수퍼에 가면 타마린드 파우더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재료 중에 타마린드 파우더, 토마토, 해물은 꼭 있는 게 좋고, 그 외 채소는 집에 있는 잡다한 채소 되는대로 넣으면 된다.

해산물 대신 돼지 립이나 소고기, 닭고기를 넣어도 된다고 하는데 나는 씨푸드가 더 좋더라.

 

그래서 이번엔 냉동 해물모듬과 새우, 토마토, 당근, 다진 마늘, 그리고 미역을 넣었다.

시니강을 알려준 분의 레시피를 다 까먹어서 내 맘대로 재료 다 넣고 끓여봤는데 필수 재료만 다 넣어주면 맛은 얼추 나는 걸로 봐서 순서나 요리법이 딱히 까다롭지는 않다.

 

반찬이 없어도 이 걸로 뜨끈한 한끼 식사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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