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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추억

by 오르몽 2020.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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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살 때부터 7년 정도 피아노를 쳤다.

왜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어느순간부터 피아노 소리에 반했고,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사달라고 감히 말도 못 꺼내던 소심한 아이는 쇼핑몰의 피아노 매장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엄마는 알아보시다가 아기를 키우느라 쉬고 있는 피아노 선생님에게 나를 맡겼다.

아...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다녔던 유치원에 피아노 학원이 있었던 것 같기도...

여튼... 다시 돌아와서, 나는 그 곳에서 몇 개월간 배우며 간단한 동요는 칠 수 있게 되었다.

이사를 가서는 집 앞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원장쌤은 영업에 탁월한 분이었다. 학교 끝나고 학원에 가면 보통 대기실로 쓰이는 방이 있었다. 아이들이 거기서 놀거나 책을 읽으며 하나밖에 없는 연습실이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연습실에 들어가면 선생님이 부를때까지 연습을 한다. 보통 5~10분 내외였지만 레슨이 밀리면 더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원장선생님과 보조선생님이 번갈아가며 연습실의 아이들을 레슨방으로 데려다 가르친다.

그런 식으로 나는 그 곳에서 바이엘을 완성하고 체르니 100번과 하몬까지 배웠다. 엘리제를 위하여나 간단한 행진곡도 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서울로 이사하게 되면서부터는 고1이 될 때까지 유덕화 덕후이자 사촌 오빠의 여사친이었던 음대생 언니에게 배웠다. 그 언니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체르니 40번까지 배웠다.

아빠는 서울에 와서 당시에 거금이었던 2백만원이 훌쩍 넘는 거금을 들여 업라이트 피아노를 사주셨다. 당시 피아노계의 양대 산맥은 삼익과 영창이었는데, 나의 첫 번째 피아노는 영창 피아노였다.

찾아보니 아직도 영창 피아노가 있긴하네... 없어진줄 알았는데 신기하다. 이제 HDC영창이라고 하나보다.

내가 쓰던 것과 비슷한 모델은 안보이는데 그나마 비슷한 느낌을 찾아봤다... 가격이 5백만원이 훌쩍 넘는다. 뭐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는 것이겠지

영창피아노 웹사이트

 

YA122N WCP-N

HDC영창

www.ycmall.kr:443

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피아노에 대한 꿈은 현실 입시와 타협하게 되었고, 간간히 피아노 뚜껑을 열고 손가락을 풀긴 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피아노와는 점점 멀어졌다. 이제는 방을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었고, 내가 해외 근무를 나가 있는 동안 엄마는 피아노를 팔아버리셨다고 편지를 보내셨다. 그러고도 더 많은 세월이 지났고 피아노를 칠 기회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키보드라도 한켠에 마련해놓고 다시 피아노를 치리라는 생각은 간직하고 있다. 피아노 악보도 다 버렸을텐데...ㅠ

 

동생이 문득 조카에게 피아노도 가르쳐야하는데 코로나때문에 학원에 보내질 못하겠다고 한다.

"나 있잖아, 나. 집에 피아노 배운 사람이 있는데 왜 학원에 보내니?"라고 하니, 동생이 덥썩 조카 녀석들을 맡길 태세다.

 

흠.. 이러다 영어에 피아노까지 가르치게 생겼네...

 

동생과 카톡하다가 피아노 가르치는 이야기에 문득 꺼내보는 피아노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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