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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

이민이야기(3) - 프랑스어 왕초보 2개월 공부하고 B2 받은 썰

by 오르몽 202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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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이민대행사에서 소개해준 학교의 2달짜리 레벨 1 과정에 등록했다.

 

2개월은 쏜살같이 지났고 레벨 2까지 들을까 돌아갈까 하다가 결국 한국에 가기로 정하고 가기 전에 시험을 한번 보기로 했다.

 

퀘벡 이민 준비용으로 볼 수 있는 프랑스어 시험이 몇 가지 있다.

 

DELF/DALF

TCF

TEF

TCFQ★

TEFAQ★

 

이 중 표시는 퀘벡주에서만 인정되는 영주권 신청용 TCF/TEF라고 이해하면 된다.

 

마침 TCF와 DELF B2용 기출문제집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TCFQ나 DELF로 압축되었다.

기본적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같지만 시험의 구성 방식이나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시험자료를 구하는 데 큰 차이가 없다는 전제 하에, 내 스타일과 잘 맞는 시험이 있다면 그걸로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나의 경우 TCFQ의 시험 구성이 더 이해하기 쉬웠고 단순해 보여서 다른 시험에 비해 다소 높은 응시료였음에도 TCFQ를 보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시험볼 때 듣기/말하기/읽기/쓰기의 4가지 분야를 모두 응시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듣기/말하기만 시험 보는 게 가능했다. (영주권 신청 시, 듣기/말하기 능력에 배정되는 점수가 더 크다.)

 

강의실 구석에서 어버버하던 나는 성실함을 무기로 두 달 간 개근하면서 레벨 1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지만, 시험을 치르기에는 여전히 불어 쪼렙이었다.

 

출국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전략이 필요했다.

 

우선 듣기(compréhension orale)!

프랑스어는 향수이름과 음식 이름 몇 개만 알던 내가 2달 동안 공부 조금 했다고 갑자기 귀가 확 트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단 내 실력으로 목표 점수를 받으리란 기대를 접었다. 대신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 않으면서도 시험에 대한 성의 표시(?)는 할 수 있는 정도로 목표로 잡았다. 포기했다고 깔끔하게 한 줄로 찍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기출문제집의 지문을 해석하고 읽으면서 MP3 음성 파일을 계속 들었다.

 

좌절감이 불쑥불쑥 올라오고 프랑스어를 갑자기 고막에 억지로 때리니 힘들 때도 있었지만,

만약 안들리더라도 객관식 문제니까 뭐라도 답을 찍어서 공란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그다음 말하기(expression orale)!

TCFQ의 말하기는 총 6문제가 1세트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가벼운 일상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서 점차 난이도 있는 토론식 질문으로 이어진다.

 

문제집의 기출문제로는 부족해서 인터넷을 뒤지고 내 나름의 예상문제를 2~3세트 더 뽑아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모범 답안을 만들고 외우기 시작했다. 무작정 암기하기는 정말 못하는 거지만 이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설령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나오더라도 입도 뻥긋 못하고 일어나는 것보단 동문서답이라도 무엇이든 프랑스어로 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시험을 준비하는 1~2주 정도는 정말 우울+절망 모드였던 것 같다. 날씨도 우중충하고 내 마음도 우중충하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갔다.

역시나 듣기는 벼락치기로 어림도 없었다.

당장이라도 시험장을 나가고 싶었지만 참고 끝까지 찍었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오후가 되어 말하기 시험 시간이 되었다.

첫 질문부터 못 알아듣고 버벅거렸다.

머리가 하얘졌다. 아득한 기분.

 

하지만 오직 MP3의 오디오를 비우면 안 된다는, 뭐든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는 단어를 총동원하여 더듬더듬 말했다.

 

예상 문제와 약간 겹치는 문제도 중간에 나왔지만 이미 첫 번째 문제부터 멘붕에 빠진 상태라 열심히 외웠던 답안은 더 이상 내 전두엽에 잘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마지막 문제는 정말 어려워서 거의 내가 이해한 질문의 내용이 맞는지 확인만 하다가 시간이 초과되었다.

 

그래도 시험관이 표정 한번 짓지 않고 미소띤 얼굴로 참을성 있게 기다려줘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험을 마칠 수 있었다.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돌아가는 길... 역시나 무모한 도전이었나 보다.

돌아가자마자 한국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접수나 해야겠다.

 

그리고 우울함에 바닥을 친 3주가 지나고 드디어 성적이 나왔다.

결과는

.

..

...

....

.....

......

 

듣기 A2

말하기 B2

 

네??????

뭐라고요...???

B2요??

말하기가 B2라고요..?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꿈의 B2를 받아 언어 점수를 챙기고, 덤으로 체류 점수까지 챙길 수 있었다.

 

3주 안에 지옥의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가 갑자기 천국으로 훨훨 날아오르는 기분.

 

아직도 말하기 시험 B2는 미스터리지만 2달 공부하고 무모하게 도전한 나를 긍휼히 여긴 그 시험관의 자애로움 덕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기적같이 B2를 받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불어 시험에 안녕을 고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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