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생각

이민이야기(4) - 끝없는 기다림과의 싸움, 그리고 영주권

by 오르몽 2021. 12. 18.
반응형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점수를 넉넉히 만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루라도 더 빨리 진행하고픈 마음에 숨 돌릴 틈도 없이 한국의 전광석화와 같은 행정서비스를 통해 신청서 접수에 필요한 증빙 서류들을 준비했다.

2년 안에 모든 것이 결정 날 거라 믿으며.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두 달 안에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서류 접수 확인이 5~6개월로 늘어나 버렸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민 좀 오라며 이 나라 저 나라에 영업(?)을 하고 쾌속으로 CSQ를 뿌려대던 퀘벡주가 내가 신청할 당시에 갑자기 신청자가 폭발하면서 병목현상이 생긴 것이다.  그 당시 호주 이민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수준인 극악의 난이도였고, 캐나다 연방 이민도 해마다 직업군과 쿼터가 들쭉날쭉하다 보니 나름 안전빵(?)인 퀘벡에 너도나도 몰려들었던 것이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바쁜 일상에 빠져 살다가도 문득문득 이게 진행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막상 영주권이 나오면 캐나다 가서 무얼 하며 먹고살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막연한 걱정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너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진행이 될 테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영주권을 진행하면서 일상의 하루하루를 묵묵히 버텨내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좋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는 거고... 누가 알겠는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영주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힘들더라도 너무 그곳에만 빠져 지낼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것도 다 해본 사람의 배부른 소리라 하면...글쎄...그럴지도 모르겠다.

 

 

영주권 접수 후 거의 만으로 2년이 다 되어갈 무렵에서야 CSQ가 나왔다. CSQ는 퀘벡주 이민성에서 영주권 심사를 마치고 주는 일종의 허가서로, 이것이 있어야 퀘벡주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CSQ를 받았다면 퀘벡주 이민성에서의 프로세스는 완결되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주정부 이민 프로그램은 한 단계를 더 클리어해야 한다. 연방정부 프로그램을 통하든 주정부 프로그램을 통하든, 영주권이란 것은 결국 캐나다 전역에서 통용되는 신분이므로 최종적으로 캐나다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른 항목은 퀘벡주에서 통과한 상태이므로, 이 단계에서는 범죄기록 조회와 신체검사만 진행하게 된다.

 

 

범죄경력 조회서 발급받는 것은 약간 까다로울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출 불가" 조건으로만 발급이 되어서, 제출하면 안 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모순이 있고, 미국 등 해외에서 6개월 이상 체류한 기록이 있다면 해당 국가의 범죄경력 조회서도 다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 한국만큼 빠른 행정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는 데다가 물리적인 제약도 있으니 시간이나 금전적 비용이 더 발생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범죄경력 조회서의 정식 이름은 "범죄경력회보서"로, 실효형을 포함해서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법 상 실효형이 포함된 범죄경력 회보서는 본인 이외에는 조회할 수 없고, 본인이 발급받아도 다른 기관에 제출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신체검사에서 의외로 지병이나 폐 x-ray 결과 때문에 재검을 받는 경우도 왕왕 있다. 고지가 눈앞인데 신체검사에서 발목이 잡힌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캐나다로 이민을 가고 싶다면 건강 관리도 꾸준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경우, 범죄경력 조회서를 내고, 삼육병원(캐나다 이민성에서 지정한 병원 중의 하나)에서 신체검사도 무사히 통과하고, 마침내 CSQ를 받고 거의 1년이 되어서야 COPR 레터를 받았다.

 

 

이 종이 쪼가리 한 장 받으려고 그동안 들인 금전적 비용과 마음 졸이며 기다렸던 시간 비용,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약간은 허탈하기도 했다. 영주권을 받아서 기뻤다기보다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길고도 지루한 과정이 마침내 끝났다는 후련함. 그뿐이었다.

 

 

이 단계까지 왔다면 이제 랜딩할 준비만 남았다. 신체검사를 받은 날에서 1년 이내에 랜딩을 해야 하는데, 그냥 영구 이주하는 경우는 남은 기간 동안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이삿짐 잘 챙겨서 떠나면 되지만, 몇 달 안에 정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러 임시 랜딩만 하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영주권 신분은 기준 시점 직전 5년 중 2년 이상 거주하면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한국에서 1~3년 정도 있다가 영구 이주하는 경우도 있다. 각자의 사정은 다르니까 상황에 맞게 하면 될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임시 랜딩을 고민하다가 결국 랜딩 유효 날짜에 임박해서 캐나다로 떠났다.

 

 

해외이사 업체는 몇 군데에서 견적을 받아서 진행하면 된다. 싱글이면서 짐이 많지 않다면 굳이 해외이사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커플 이상 가족이라면 짐이 워낙 많기 때문에 해외이사 전문 업체나 우체국(선편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이사 업체는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요즘은 현대해운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우체국 선편은 요즘 안 하는 것 같고, EMS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항공운송은 무게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므로, 어떤 방법이 좋을지 잘 판단해봐야 한다.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기다림 끝에 나는 영주권자가 되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코로나와 함께한 캐나다 시민권 신청 후기

이민이야기(1) - 어디로 갈까

이민이야기(2) - QSW 퀘벡 기술이민 준비하기

이민이야기(3) - 프랑스어 2개월 공부하고 B2 받은 썰


 

반응형

댓글